전세계 서킷의 유명한 코너들

F1을 비롯해 전세계에 산재한 서킷 중 대부분은 명물이라고 해도 좋을 유명한 코너를 가지고 있습니다.
By 박종제

명성을 갖게 된 것은 그만큼 까다롭기도 하며, 그래서 사고도 많이 발생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기묘하게 휘어진 지형을 잘 이용하고 있으며, 독특한 기울기와 더불어 급작스럽게 올라가거나 혹은 내려가는 성향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이버들에게는 도전의 장소이자 좋은 추월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물론 까다로운 코너인 만큼 추월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죠.

Red Bull Motorsports © Red Bull Content pool

영국 런던 근교에 위치한 실버스톤에는 마곳 & 베케츠라는 유명한 코너가 있습니다. 이 코너는 F1을 비롯해 WEC, MotoGP와 같은 탑 클래스 모터스포츠들도 까다롭게 생각하는 코너입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콥스(Copse)를 통과하고 나서 어느 정도 달리고 난 후에 등장하는 연속된 코너로 왼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었다가 아주 빠른 속도로 오른쪽으로, 다시 왼쪽과 오른쪽을 반복해야 하는데, 이곳은 언제 브레이크를 밟아야 좋을지 판단을 잘 해야만 하는 곳입니다.

[영국] 실버스톤- 마곳 & 베케츠 © Red Bull Content pool

F1에서는 주로 마곳에 진입하기에 앞서 강한 브레이크보다는 속도를 적당히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며 이어지는 코너에서도 브레이크보다는 가속 페달로 속도를 높였다 줄이기를 반복하는 방법을 활용합니다.
이곳을 시간 손실 없이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아주 까다로운 컨트롤을 필요로 합니다. 쉴새 없이 좌우로 비틀며 통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추월이 무척 힘든 곳이지만, 이곳을 최단시간으로 통과한 후 빨리 속도를 붙여야만 이어지는 가장 긴 직선 구간으로 빨리 접어들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곳입니다.

[벨기에] 스파 프랑코샹- 오 루즈 © Red Bull Content pool

F1에서 이곳은 마곳-베케츠보다 더 유명한 곳이며, 어쩌면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코너 중 하나로 손꼽힐지도 모릅니다. 오 루즈라는 이름은 붉은 물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이 코너 부근에는 낙엽이 쌓여 있는 웅덩이들이 자주 발견되었다고 해서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가파른 경사의 내리막길에서 무서울 정도로 속도를 붙인 후 순간적으로 차고 오르는 오르막길 구간에 배치되어 있는 코너로, 내리막길의 끝, 그리고 오르막길의 시작점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후 바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져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속도를 적절히 컨트롤하지 못하면 왼쪽 런오프로 빠지기 일쑤이며, 실제로 이곳에서는 거의 매년 실수나 사고들이 발생하곤 합니다.

[벨기에] 스파 프랑코샹- 오 루즈 © Red Bull Content pool

오르막의 각도가 워낙 큰 탓에 F1카나 LMP1카처럼 바닥이 낮은 차들은 수시로 노면에 바닥을 긁으면서 달리는데, 그 때마다 스파크가 피어 오르곤 하죠. 기계적으로도 이곳은 굉장히 까다로운 곳으로 역시나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과정에서 연료나 오일이 함께 기울어지는 탓에 순간적으로 엔진의 출력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 구간의 정상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내리막길의 직선 구간이 저만치 발 밑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인데, 이곳을 250km/h에 가까운 속도로 달려서 올라간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몇 해전 마크 웨버는 레드불 F1카를 타고 이곳에서 페르난도 알론소를 추월한 적이 있는데, 그 장면은 F1 역사에서도 가장 멋진 추월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브라질] 인터라고스- 세나S © Red Bull Content pool

벨기에 스파 프랑코샹의 오 루즈가 가파르게 차고 올라가는 오르막길의 S 코스라면 브라질의 인터라고스 세나 S는 가파른 내리막길에 마련된 S 코스입니다. 스타트라인에서 출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하는 코스로 눈 앞에서 갑자기 길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빠른 속도로 직선 구간을 달리다가 갑자기 아래로 툭 떨어지며 왼쪽으로 꺾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오른쪽으로 그리고 또 왼쪽으로 크게 휘어지는 코스로, 출발 직후 등장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추월들이 일어나는 구간이기도 하며, 동시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베테랑 선수들도 코스 바깥으로 튕겨져 나갈 만큼 까다로운 코스입니다.

[브라질] 인터라고스- 세나S © Red Bull Content pool

2012년 세바스티안 베텔이 챔피언을 결정짓기 위해 브라질에서 달리던 도중, 이곳에서 미끄러지면서 그만 순식간에 최하위로 떨어졌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베텔은 차량에 손상까지 입고 말았죠. 물론 끝내 레드불을 타고 챔피언이 되기는 했지만, 정말이지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매년 이어지고 있고, 특히 시즌 마지막에 항상 마주해야 하는 곳인 탓에 긴장으로 인한 실수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07 [일본] 스즈카 – 130R © Red Bull Content pool

이곳은 구조적으로는 코너이지만, 사실상 거의 직선에 가깝게 통과할 수 있는 곳입니다. 130R은 이 코너의 각도인 130도를 뜻하는 것으로 스즈카에 가장 명물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스즈카는 원채 까다로운 코너들이 많아서 이 외에도, 에스에스(Essess) 데그너 커브, 스푼 커브 등과 같이 유명한 코너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130R이 가장 팬들을 짜릿하게 만드는 코너라는 사실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기나긴 직선을 달리다가 거의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바로 통과할 수 있는 코너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통과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인데, 글로 설명하면 무척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정말 이곳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통과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코너의 꺾어진 각도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물론 쉬지 않고 계속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는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넓은 런 오프로 뛰어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07 [일본] 스즈카 – 130R © Red Bull Content pool

그렇다고 브레이크를 강하게 했다가는 바로 추월 당할 수 있는 곳이기에, 속도를 적당히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이곳에서 기어를 한 두 단 정도 낮추는 식으로 엔진 브레이크를 걸어 적당히 속도를 줄이는 방법을 택하곤 하는데, 이것도 어지간한 담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테크닉입니다.
이곳은 속도에서 오는 공포를 어떻게 이겨야 할지에 대한 아주 좋은 시험무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더 카루셀 © Red Bull Content pool

독일 뉘르부르크링 북쪽 코스는 지금까지 위에서 소개한 까다로운 코너들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정도의 혹독한 코너들로만 준비되어 있습니다. 트랙 폭은 더 좁으며, 실수를 하더라도 받아줄 만큼의 넉넉한 런 오프를 기대할 수 없죠. 익숙하지 않은 경우 갑자기 닥쳐오는 코너들, 그리고 코너 너머가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코너 때문에 쉬 체력이 바닥나버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까다로운 곳이기에 유명한 코너들도 많지만 그 중에서 카루셀은 아마도 25km짜리 트랙에서 가장 상징적인 코너일 것입니다. 이 코너 자체는 특별히 까다롭다거나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거나 혹은 기계적인 스트레스를 심하게 주거나 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 코너는 가혹하게 밀어붙이는 이 트랙에서 거의 유일하게 잠시 한숨 돌릴 수 있는 구간이라고 할 수 있죠.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더 카루셀 © Red Bull Content pool

대신 이곳은 왼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진 뱅크(Bank)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 내며, 또한 유독 이곳 바닥만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서 차량으로 전달되는 진동, 차량 외부에서 들리는 타이어 소음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24시간 레이스를 할 경우 이 코너 주변은 느리게 지나가는 레이스카들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좋은 촬영 포인트가 되기도 하며, 그만큼 관람객도 많이 모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통과하면 25km 코스에서 절반 가량을 지나간 것이기도 해서 드라이버들에게도 꽤나 큰 의미를 지니는 곳이라 할 수 있죠.

[미국] 라구나 세카 – 코크 스크류 © Red Bull Content pool

이 코너는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코너 Top5에 들 것입니다. 그리고 코너가 서킷의 유명세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따진다면 이 코너는 단연코 최고가 할 수 있습니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이처럼 기묘하게 비틀어진 코너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라구나 세카의 코크 스크류는 그 이름처럼 나선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듯 갑작스럽게 아래로 툭! 하고 떨어지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심지어 왼쪽으로 꺾었다가 반대편으로 갑자기 확 꺾여 내려가기 때문에 드라이버도 순간적으로 자신이 맞는 방향으로 차를 이동시키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고 합니다.
이 코너의 맨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보면 위쪽에서 아래로 차가 쏟아져 내려온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으며, 심지어 이 코너 꼭대기에서 아래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스파의 오 루즈만큼 길진 않지만 그만큼 가파른 내리막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어떤 드라이버는 ‘이곳을 통과하려면, 심하게 덜컹거리겠지만 그걸 이겨내며 코너 끝에서 진입한 후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으며, 그냥 차를 내던져야 한다.’ 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모나코] 몬테 카를로 – 페어몽트 헤어핀 © Red Bull Content pool

모나코의 몬테 카를로 페어몽트 헤어핀은 빠르지도 않으며, 위험하지도 않고, 그래서 담력을 요하는 곳도 아닙니다. 어찌 보면 위에서 설명한 코너들과는 완벽히 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심지어 이곳은 모터스포츠에서 가장 느린 코너 중 하나입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죠.
이곳을 정상적으로 통과하려면 60~80km/h 사이로 달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추월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드라이버들에게는 그냥 통과만 하는 코너입니다만, 반대로 관람객들에게는 가장 느긋하게 포뮬러1카들을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는 코너이기도 합니다. 페어몽트라는 이름은 이 코너 바로 옆에 페어몽트 호텔이 있기 때문인데, 이곳 발코니에서 느긋하게 포뮬러1카들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만 하겠죠.
이곳에서 추월이 불가능하다고는 했지만, 아주 없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그러자면 차량의 어느 한 부분이 부러뜨릴 각오를 해야만 합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추월을 시도했다가 프론트 윙이 부러지거나 혹은 사이드 미러가 부러지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월을 감행하는 것은 이곳 말고 모나코에서는 그 어떤 곳에서도 추월이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모나코] 몬테 카를로 – 페어몽트 헤어핀 © Red Bull Content pool

이번에는 이렇게 유명한 코너들에 대해서 알아 봤습니다. 사실 이것 말고도 유명한 코너들은 많이 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 서킷의 T8은 한때 F1에서 가장 빠른 고속 코너로도 유명했고, 우리나라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서킷도 코너들이 까다롭기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미국의 서킷 오브 디 아메리카즈의 첫 번째 코너로 진입하는 구간은 오 루즈 이상으로 가파른 곳이어서 꽤나 유명한 곳으로 서서히 이름을 높이고 있죠.
단 하나의 코너지만 이렇게 서킷의 명물, 혹은 어떤 경우에는 서킷 보다 더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을 실제로 달려본 드라이버들의 평가와 감상, 그리고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역사가 쌓여서 명성으로 변한 것이죠. 그래서 매년 이와 같은 코너들을 달리는 레이스를 볼 때마다 올해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고 기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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