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 비씨 원(RedBull BC One) 같은 비보이 배틀 대회나 비보이들의 현란한 퍼포먼스들을 보면, 항상 뒤에서 DJ가 비보이들을 흥겹게 만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믹싱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비보이 배틀 대회에서는 DJ가 틀어주는 음악과 비트를 비보이가 얼마나 잘 적응하고, 또 얼마만큼 맛깔나게 표현해내는지를 기본적인 심사 항목으로 두기도 하는데요. 신나는 비보이들의 춤사위만큼이나 비트감과 그루브가 살아있는 비보이 음악들. 비보이 문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궁금해 했을법한 비보이 음악 레전드 4선을 준비해봤습니다.
비보이 음악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악은 바로 Incredible Bongo Band의 ‘Apache’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비보이 음악의 ‘시그니처 사운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비보이 대회나 퍼포먼스에서 사용되고 있는 음악인데요. B급 영화의 추격 장면 배경음악을 만들기 위해 여러 세션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그룹 Incredible Bongo Band가 영국의 락 밴드 The Shadows의 히트곡 ‘Apache’에 봉고 리듬을 더해 재구성한 트랙 입니다.
이 트랙은 브레이크 비트의 창시자 DJ Kool Herc에 의해 힙합 음악의 근간이 되는 사운드를 만드는데 일조했고, 빅비트의 마술사 Fatboy Slim의 리믹스를 비롯, 수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리메이크 & 샘플링 되기도 했는데요. 특히 비보이 문화와의 다양한 접점을 통해 비보이 음악의 레전드 트랙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1970년대 초 결성된 혼성 5인조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Babe Ruth의 ‘The Mexican’은 엔리오 모리꼬네의 서부영화 음악 대표곡 ‘Per Qualche Dollaro In Piu’를 재구성한 곡입니다.
멕시코의 옛 대통령 산타안나가 패배한 전투인 멕시코 전쟁을 주제로 한 곡으로, 애잔한 가사 내용과는 다르게 댄서블한 비트와 리드미컬한 기타리프를 가지고 있는 음악인데요. 앞서 언급했던 ‘Apache’처럼 DJ Kool Herc, Afrika Bambaataa 같은 초창기 힙합 음악 DJ들이 브레이크 비트를 만들 때 애용하면서 비보이 음악의 레전드 트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The Mexican’의 샘플을 사용해 Afrika Bambaataa가 1982년 발표한 ‘Planet Rock’은 힙합과 댄스 음악의 기초에 큰 영향력을 미친 트랙으로 유명하죠.
DJing 스킬 중 하나인 컷앤페이스트(Cut&Paste)의 첫 기반을 잡은 이들로 유명한 Double Dee & Steinski. 이들이 1985년 내놓은 Lesson 시리즈는 DJ Shadow, Cut Chemist 등 많은 후대 턴테이블리스트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명한데요.
특히 ‘Lesson 3’는 History of Hiphop이란 부제처럼 당시의 여러 힙합 음악 브레이크 비트들을 믹스한 트랙으로, 올드스쿨 힙합 특유의 소울과 훵키함을 담은 흥겨운 비트들 덕분에 비보잉 음악으로도 많이 사용되는 레전드 트랙입니다.
두 대의 턴테이블과 샘플러 하나만으로 수만 장의 LP를 활용해 100% 샘플링 음반 ‘Endtroducing’을 만들어 낸 괴물 DJ Shadow. 한번 듣고 나면 잊을 수 없는 중독성 높은 오르간 샘플과 몽환적인 비트가 가미된 ‘Organ Donor’는 많은 비보이들이 사랑하는 레전드 트랙입니다.
이 앨범이 나온 것이 1996년이니 레전드라 칭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이지만, 발표 이후 근 20년간 각종 비보이 대회나 퍼포먼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출현 빈도로 보면 충분히 비보잉 음악의 레전드라 볼 수 있는 매력적인 트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