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포스가 커질수록 불꽃은 더 커집니다.

실망과 기쁨이 교차한 사막의 밤-F1 바레인 GP

© Red Bull Content Pool

레드불 레이싱은 실망스러웠겠지만, 토로 로소는 오랜만에 모두가 함께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바레인 그랑프리는 야간에 진행됩니다.
바레인 그랑프리는 야간에 진행됩니다.

스포츠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누군가 웃었다면 누군가는 실망감을 맛봐야만 하죠. 마찬가지, 항상 웃으라는 법도 없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다면 실망스러운 결과도 있죠.

2018년 4월 8일. 레드불 레이싱은 바레인 사막의 밤을 아주 실망스럽게 보내야만 했습니다.

예선- 막스 페르스타펜의 사고

예선에서 막스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예선에서 막스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예선부터 징후가 좋지 않았습니다. 18분간의 예선 1차 세션을 진행하던 막스는 고속 코너를 빠져나오던 중 갑자기 그립을 잃고, 방호벽과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이 사고로 예선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는데, 중계 화면 상으로는 차량의 뒤편에 손상이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대부분의 파손은 전면에 집중되었고, 다행히 엔진을 포함한 파워 트레인 부품의 교체는 없었습니다.

밤이라 스파크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밤이라 스파크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2차 세션을 진행하지 못했고, 그 결과 15번 그리드에서 출발해야만 했죠. 그 사이 다니엘은 5번 그리드를 배정받으면서 꽤 좋은 위치에서 레이스 스타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4위를 차지한 루이스 해밀턴이 기어박스 교체로 인해 5그리드 페널티를 받게 되면서 다니엘 리카도는 레이스 당일 4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하게 됐죠.

다니엘 리카도의 불운

리카도의 스타트는 아주 좋았습니다.
리카도의 스타트는 아주 좋았습니다.

레이스 당일, 꽤 좋은 위치에서 출발하게 된 다니엘에게 먼저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스타트 직후 토로 로소의 피에르 개슬리의 압박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잘 지켰던 다니엘은 레이스가 시작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이내 차를 안전 구역으로 몰고 가야만 했죠.

첫 번째 랩을 채 소화하기도 전에 생긴 일이라 레드불 레이싱의 피트월에 앉은 사람들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원인은 전기 계통 불량.

자동차에게 있어 전기 시스템은 매우 중요합니다. 엔진 내부의 연료를 폭발시키는 것부터 각종 센서의 작동까지 전기 시스템이 관여하지 않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레이스는 트랙 밖에서 이미 시작된 거나 다름없죠.
레이스는 트랙 밖에서 이미 시작된 거나 다름없죠.

레이스카는 이보다 더 긴밀하게 전기 시스템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연료 분사량까지도 전기적 신호를 통해서 조절하니까요. 특히 에너지 회생 장치 등은 철저히 전기 에너지에 의존하기 때문에 만약 전기 회로의 불량만 생겨도 곧바로 레이스를 포기해야 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전기 시스템은 고장이 날 경우 어떤 부위에 어떤 식의 결함이 생겼는지 즉각적으로 검증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수리에 아주 많은 시간을 요구하거나 혹은 통째로 교환해야 하죠.

다음 레이스에서는 분명히 달라질 겁니다.
다음 레이스에서는 분명히 달라질 겁니다.

다니엘 리카도의 RB14는 결국 전기 시스템 고장으로 인해 더 이상 레이스를 할 수 없었고, 오프닝 랩에서 레이스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부품 또는 조립의 불량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어쩌면 다니엘에게는 억울한 일일 수 있겠지만, 이런 것도 레이스의 일부입니다.

차량의 부품과 조립 상태를 완벽히하는 것 역시 경쟁력의 일부죠. 다니엘도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으며, 담담히 받아들였습니다.

연이은 막스 페르스타펜의 사고

다운포스가 커질수록 불꽃은 더 커집니다.
다운포스가 커질수록 불꽃은 더 커집니다.

4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다니엘과 달리 15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막스는 헤쳐가야 할 길이 멀어 보였습니다. 그의 앞에는 지난해에 비해 성능이 훨씬 강화된 경쟁팀의 레이스카들과 막스보다 더 오랜 경험을 갖춘 드라이버들이 가로막고 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매우 좋은 출발을 보였던 그는 첫 번째 랩이 끝날 무렵, 11위로 껑충 뛰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랩에 돌입했을 때 그의 앞에는 지난해 챔피언이었던 루이스 해밀턴이 달리고 있었고, 막스는 첫 번째 코너에서 아주 좋은 추월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루이스 해밀턴의 안쪽으로 파고드는 막스 페르스타펜
루이스 해밀턴의 안쪽으로 파고드는 막스 페르스타펜

루이스 해밀턴은 레이스가 진행될 수록 추월하기가 극도로 까다로운 드라이버이기에 사실상 막스가 포인트를 획득하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코너 안쪽을 깊이 파고들면서 루이스 해밀턴과 추월 경쟁을 시작했죠. 하지만 아웃 코너에서 휠 투 휠로 나란히 달리며 속도를 유지하는 루이스 해밀턴을 추월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코너를 벗어나면서 결국 막스는 루이스와 엉켰고, 그의 차량에 뒷타이어가 걸리면서 타이어가 찢어지고 말았습니다.

타이어가 거의 닿을 정도입니다.
타이어가 거의 닿을 정도입니다.
타이어가 거의 닿을 정도입니다.
타이어가 거의 닿을 정도입니다.

2번째 랩을 세 개의 타이어로만 달려서 피트로 돌아와야 했던 막스는 사실상 포인트를 획득할 기회로부터 멀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레이스를 포기할 순 없었기에, 타이어를 바꾸고 세 번째 랩으로 들어갔으나, 손상 부위가 비단 타이어에만 있지 않음을 발견한 레드불 레이싱의 엔지니어들은 리타이어를 권유했고, 아쉽게도 레드불 레이싱의 시즌 두 번째 그랑프리는 단 3랩 만에 끝나버렸습니다.

2010년 이후 처음 있는 일

이렇게 두 드라이버가 모두 레이스 중간에 사고로 인해 레이스를 포기하게 된 건 무려 8년만에 있는 일입니다. 2010년 코리안 그랑프리 당시 베텔과 웨버 모두 사고로 인해 레이스를 포기해야만 했는데, 그 후로 처음 겪는 일이죠.

아드리안 뉴이는 머리를 감싸쥐며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크리스티안 호너 감독 역시 멍하니 하늘만 보며 허무한 표정을 드러냈습니다.

단 2시간의 레이스를 위해 600명의 사람들이 밀튼 케인즈 공장에서 바친 노력 그리고 80명의 레이싱 크루들이 머나먼 땅에서 며칠 간 공들인 노력들이 허사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망만 하고 있을 순 없는 일

실망만 하고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레이스에선 흔히 있는 일입니다.
실망만 하고 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레이스에선 흔히 있는 일입니다.

분명 실망스러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실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는 반대로 레이스에서 우승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에 사로잡히는 순간 다음 레이스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비록 이번 레이스에서 1포인트도 얻지 못했고, 연이은 불운으로 인해 실망도 크겠지만, 아직 레이스는 단 두 번만 치렀을 뿐이며, 앞으로 19번의 레이스가 더 남아 있습니다. 이번 일을 교훈 삼아 중국 그랑프리에서는 더 멋진 결과를 보여줘야만 합니다.

토로 로소는 활짝 웃었다.

토로 로소에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토로 로소에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레드불 레이싱이 실망스럽게 개러지 문을 닫는 동안, 토로 로소의 개러지는 긴장감으로 가득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혼다 엔진과 만나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예선에서 토로 로소의 랩 타임은 예상을 뒤엎을 만큼 아주 훌륭했고, 특히 피에르 개슬리는 다니엘 리카도 다음으로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하며 5번 그리드에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혼다 엔진의 신뢰성에 여전히 의심이 갔던 것도 사실이지만, 몇 개의 부품을 새롭게 개발하면서 추가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그 덕분인지 레이스 내내 혼다 엔진의 퍼포먼스는 불안 증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떤 엔진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의 안정감있는 성능을 발휘했죠.

그 덕분에 피에르 개슬리는 포뮬러1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인 4위로 레이스를 마칠 수 있었고, 토로 로소는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그랑프리 이후 처음으로 4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팀 크루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피트월에 뛰어 올라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는 피에르 개슬리를 맞이했고, 레이스가 끝난 후에도 토로 로소의 개러지는 축제의 분위기나 다름없었죠.

행운도 있었지만, 믿을 만한 성능이 나오기 시작했다.

4위로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습니다.
4위로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습니다.

두 레드불 레이싱 RB14의 리타이어와 더불어 페라리의 키미 라이코넨의 리타이어라는 행운이 분명 작용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우승이 무엇보다 값진 것은 까다로운 서킷에서 엔진과 차체 그리고 에어로다이나믹 모두 아주 안정적인 조화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타이어 사용에 있어서도 다른 팀과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죠.

그래서 하스의 케빈 마그누센의 압박이 있었음에도 그를 따돌리며 4위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피에르 개슬리는 총 3세트의 타이어를 사용하면서 뒤따라오는 케빈 마그누센의 공격을 저지했고, 이 과정에서 루키 드라이버로서는 보기 드물게 타이어를 아주 잘 관리했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다음 레이스를 위해

실망이든 기쁨이든 이제는 잊어야 할 때입니다. 다음 레이스를 위해서 말이죠.
실망이든 기쁨이든 이제는 잊어야 할 때입니다. 다음 레이스를 위해서 말이죠.

누군가는 실망을, 누군가는 환희를 맛본 바레인 그랑프리는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레이스이기에 더 이상 여기에 사로잡혀 있을 순 없습니다.

레드불 레이싱은 다음 레이스에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집중해야 하며, 토로 로소는 더 완성도를 높여 꾸준히 발전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만 하죠.

거듭 이야기하지만, 시즌은 이제 막 시작했으며, 아직 열 아홉번의 레이스가 남아 있으니까요. 2018년 포뮬러1 시즌, 레드불 레이싱과 토로 로소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