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더 진보된 보호 장비인가? 흉물인가?

F1의 헤일로 논쟁
박종제 씀
5 min read 에 게재됨
F1의 헤일로 논쟁
F1의 헤일로 논쟁
헤일로가 F1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난데없이 헤일로란 단어가 나와서 이게 뭘까? 하는 궁금증을 품으실 것 같은데, 여기서 헤일로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도 아니고 비욘세의 노래도 아닌, 새로운 보호 장비를 뜻하는 것입니다.
포뮬러1카가 가진 근본적인 특성을 유지하면서 드라이버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할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장비이기도 합니다. 포뮬러1카는 콕핏이 개방되어 있는 오픈 콕핏의 형태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습니다. 60년전부터 지금까지 결코 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변할 수 없을 것만 같은 형태이기도 하죠.
물론 지금까지 많은 변화가 있기는 했습니다. 예를 들어 1950년대만 하더라도 드라이버의 상반신 거의 대부분이 차체 밖으로 노출되었고, 1990년대에 이르렀음에도 여전히 드라이버의 어깨와 가슴 일부분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F1의 헤일로 논쟁
F1의 헤일로 논쟁
하지만 분명한 것은 드라이버의 시트 포지션(착좌위치)는 점점 낮아졌고, 반대로 신체가 외부로 드러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의 포뮬러1카는 오직 헬멧만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스티어링 휠을 비틀 때면 가끔 손등 일부가 밖으로 드러나기는 하지만 거의 눈만 내놓고 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신체의 대부분이 가려져 있습니다.
또 오랜 세월을 거쳐오면서 헬멧의 기능과 안전성도 상당 부분 보완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50년 전 가죽으로 만든 헬멧의 무게와 거의 비슷한 무게를 지니면서도 충격 흡수력이나 강도에 있어서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죠. 게다가 불에 타지 않는 소재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공기 역학적으로도 아주 완벽한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헬멧 내부로 냉기를 집어 넣는가 하면, 외부에서는 헬멧을 감싸고 흐르는 공기가 더 이상 헬멧을 잡아 채지 않습니다.
F1의 헤일로 논쟁
F1의 헤일로 논쟁
그래서 한 동안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일어난 사고들로 인해 다시금 포뮬러1카의 형태가 가진 안전상의 위협 요소를 재차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레이스 도중 타이어가 터지면서 날아간 타이어 고무 덩어리가 뒤따라오던 드라이버의 머리로 곧장 향하는 사고가 있었는가 하면, 몇 년 전 일본GP에서는 줄 비앙키가 크레인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로 인해 사망하면서 이 문제는 다시금 심각하게 다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비단 이런 사고들 뿐만 아니라 부품이 머리로 날아오는 사고라던지, T자형 충돌에서 레이스카의 노즈가 드라이버의 머리로 향하는 사고가 생기면서 헬멧에 보강재를 더하는 것만으로는 심각한 사고로부터 생명을 지켜낼 수 없다고 판단한 FIA가 결국 레이스카에 새로운 장치를 더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F1의 헤일로 논쟁
F1의 헤일로 논쟁
그래서 고안된 것이 바로 헤일로입니다. 헤일로는 뜻 그대로 마치 드라이버의 머리 주변에 씌워진 고리같은 형태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카본으로 만들어진 파이프로 구성된 이 장치는 드라이버 머리 주변을 감싸고 있으며, 구조적으로 완벽함을 더하기 위해 앞 부분에 하나의 필러(Pillar)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이 장치가 운전에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됐는데, 실제로 이 장치를 달고 달렸던 테스트 드라이버의 의견에 따르면 가운데 나와 있는 한 가닥의 필러가 시야를 약간 가리기는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거추장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라며 다소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긴 했습니다.
그러나 거창해보이는 이 장치는 본 사람들 대부분은 이전의 날씬하고 근사했던 포뮬러1카의 디자인을 퇴보시켰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F1의 헤일로 논쟁
F1의 헤일로 논쟁
물론 안전은 마지막까지 결코 타협될 수 없는 것이기에 단순히 보기에 좋다 나쁘다 만으로 이 장치의 도입 유무를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제하기도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뜩이나 헬멧만으로 어떤 드라이버가 눈 앞에서 달리고 있는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헬멧의 절반이나 가리는 그 장치를 달가워할리 없습니다.
F1의 헤일로 논쟁
F1의 헤일로 논쟁
그래서 레드불에서 고안한 장치는 헤일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조금 더 개선한 것입니다. 우선 눈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필러 대신 콕핏을 중심으로 감싸듯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스크린을 둘렀습니다. 마치 70년대 포뮬러1카처럼 위가 잘려나간 듯한 윈드 스크린과 같았는데, 확실히 투명한 창으로 마감되어 있어 전방에서 날아오는 각종 이물질 혹은 벌레들로부터 드라이버를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F1의 헤일로 논쟁
F1의 헤일로 논쟁
하지만 이 장치도 처음 소개가 되었을 때 몇가지 우려되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우선 휘어진 스크린은 드라이버의 시야에 약간의 왜곡을 줄 것이라 예상됐는데, 다니엘 리카도의 이야기에 따르면 특별히 그런 부분은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에어로스크린도 아직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판단한 (레드불 레이싱은 이 장치를 에어로스크린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FIA는 다시금 헤일로 장비를 검토했고, 이 역시 레드불에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테스트를 한 헤일로는 초기형보다 좀 더 개선된 형태입니다.
F1의 헤일로 논쟁
F1의 헤일로 논쟁
가운데 위치한 필러의 두께를 좀 더 좁혀서 전방 시야를 더 확보하고 있으며, 그 외 기본 구조는 동일합니다. 약간의 개선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야의 일부분을 희생해야 한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개선된 헤일로 장비를 테스트한 드라이버들 중 세바스티안 베텔은 “여전히 부분적이나마 시야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비롯해 주변 경관 일부를 볼 수 없는데, 달리던 중에는 간혹 주변 경관을 확인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보자면 이 장비는 아직 더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의 우려도 이해는 갑니다. 왜냐하면 포뮬러1은 타이어가 밖으로 드러난 상태에서 센티미터 단위의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근접한 상태에서 아슬아슬한 경쟁을 이어갈 때 약간이라도 시야가 방해가 되면 실수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큰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죠.
F1의 헤일로 논쟁
F1의 헤일로 논쟁
레드불 레이싱의 프린시펄, 크리스티안 호너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저 역시 헤일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진 않는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사실 아주 그럴 듯한 솔루션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채택을 결정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시야가 완벽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다른 문제점도 존재합니다. 이번 시즌 개막전에서 페르난도 알론소는 다소 심각한 전복 사고를 겪었는데, 만약 그 때 헤일로 장비가 있었다면 빠른 속도로 레이스카에서 탈출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좁은 틈으로 겨우 빠져나온 페르난도 알론소의 차량에 만약 헤일로 장비가 드리워져 있었다면 아마도 그는 누군가 차를 다시 뒤집어주지 않는 이상 결코 자력으로 나올 수 없었을 것이고, 만일에 차에 불이라도 붙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을지 모릅니다.
F1의 헤일로 논쟁
F1의 헤일로 논쟁
그래서 이 장비에 대한 근본적인 도입 여부를 놓고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원래는 2017년 시즌에 이 장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여전히 불완전함이 남아 있는 관계로 2018년 이후로 잠정적으로 보류 되었습니다.
물론 이 장비가 완전히 불필요한 장비라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면 그건 무조건적으로 도입을 해야만 옳습니다. 언제 어느 순간에 어떤 형태로 사고가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며, 따라서 그런 상황에서 드라이버의 안전을 보장하려면 이런 추가 장비들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F1의 헤일로 논쟁
F1의 헤일로 논쟁
하지만 오히려 이 장비로 인해 다른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 이 장비를 달지 않았던 시절보다 오히려 퇴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신중하게 연구하고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왕이면 보기에도 좋은 형태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