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랙라인 신기록 보유자 얀 루스는 2025년 몰디브에서 패러세일과 움직이는 보트라는 두 개의 움직이는 물체 사이를 슬랙라인으로 걷는 데 성공했습니다.
© Base Films/Red Bull Content Pool
Slacklining

세계 최초! 물 위를 걷다: 슬랙라인 선수 얀 루스의 무한 도전

슬랙라인 최장거리 기록 보유자 얀 루스(Jaan Roose)가 바다 위의 보트와 패러세일을 연결한 움직이는 줄 위를 걸으며 또 한 번의 역사를 썼습니다.
Edito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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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을 세 차례나 석권한 에스토니아 출신의 전설적인 슬랙라이너 얀 루스 선수의 도전은 늘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세계 최초 대륙 간(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횡단에 성공했던 터키 슬랙라인 프로젝트, 이탈리아 메시나 해협 횡단 프로젝트, 두바이-카타르 초고층 빌딩 횡단 프로젝트 등 '세계 최초' 타이틀을 줄줄이 써 내려왔죠.
이번에 그가 택한 도전은 한층 색다른 차원이었습니다.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패러세일과 이를 끌어가는 보트. 두 개의 ‘움직이는 물체’ 사이를 슬랙라인으로 연결해 완주하는 것이었죠.
파도에 들썩이는 모터보트와 바람에 민감한 패러세일 사이에 매달린 슬랙라인은 끊임없이 출렁여 잠시도 멈추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한계를 돌파하는 것'을 삶의 원동력으로 삼는 얀은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잖아요. 패러세일 슬랙라인이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떻게, 또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어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얀 루스와 팀은 Visit Maldives와 손잡고 몰디브 누누 아톨의 ‘시암 월드’ 리조트에 일주일간 머무르며 장비와 기술을 끊임없이 개선했습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얀 루스가 2025년 몰디브에서 패러세일 슬랙라인 도전에 임하는 모습

패러세일에서 걸어 내려오는 얀 루스 - 슬랙라인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정의하는 순간

© Vishal Amir Ahmed/Red Bull Content Pool

“공중을 나는 패러세일과 물 위를 달리는 보트, 이렇게 서로 다른 탈것 사이에 슬랙라인을 치는 것은 리깅(장비 설치) 면에서 제 경력상 가장 특이한 프로젝트였어요. 앵커 포인트의 각도가 완전히 다르거든요. 보통 슬랙라인은 두 개의 고정 지점을 잇지만, 이번에는 두 대상이 동시에 사방으로 움직이고 있었죠”라며 얀 루스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얀 루스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매일 아이디어를 바꿔 가며 테스트를 반복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파도로 인한 흔들림을 흡수할 번지(Bungee) 리깅 시스템을 보트에 장착하고, 패러세일 쪽 연결부도 새로 개조했습니다. 여기에다 평소엔 방향 제어가 어려운 캐노피에 컨트롤 토글을 달아, 패러세일 파일럿이 어느 정도 궤도를 잡을 수 있도록 했죠.
보트를 모는 선장 또한 모든 것을 새롭게 생각하고 준비해야 했습니다. 패러세일을 견인해 본 경험은 많았지만, 슬랙라인 위에 사람이 서 있는 상태로 견인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Estonia's Jaan Roose seen during his parasail slackline walk in the Maldives in 2025.

Jaan Roose on the game-changing line in the Maldives

© Base Films/Red Bull Content Pool

보통 슬랙라인은 두 개의 고정 지점을 잇는 형태에요. 하지만 이번에는 두 지점이 모두 동시에 사방으로 움직이고 있는 형태였죠.
15년 동안 슬랙라인을 연마해 온 얀 루스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균형을 잡는 법부터 다시 익혀야 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죠.
“이번 도전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순전히 몸으로 극복해 내야 하는 물리학적인 난관이었어요. 라인 위로 올라서는 것 자체부터가 어려웠고, 걷기 시작할 ‘타이밍’을 잡기가 정말 힘들었거든요. 걸음을 내디딘 다음엔 내 몸, 특히 무릎을 배에 맞추듯 조율해야 했어요. 앞에서 보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눈으로 따라가면서, 동시에 등 뒤에서 패러세일이 만들어 내는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해야 했죠."
얀 루스는 자신의 리듬 감각도 완전히 바꿔야 했습니다. 평소엔 한 걸음 한 걸음에 전력을 집중하지만, 패러세일 슬랙라인은 높낮이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두 발자국을 한 박자로 디디는 ‘더블 리듬’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게 가장 결정적인 포인트였어요”라며 그는 고백했습니다.
“정말 강렬하고도 긴 여정이었어요.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려웠지만, 그만큼 성공적이었습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호흡이 맞아지더니, 결국 오케스트라처럼 하나가 되어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얀 루스가 2025년 몰디브에서 새로운 지평을 여는 패러세일 슬랙라인 도전을 완주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는 얀 루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 Vishal Amir Ahmed/Red Bull Content Pool

항상 그렇듯 결정적으로 위험한 순간은 피니시 라인 직전에 찾아왔습니다. 지칠 대로 지쳤던 마지막 순간을 얀 루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피니시 라인이 가까이 다가오면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집니다. 몸 곳곳이 경직돼서 움직임이 어려워져요. 특히 보트에 거의 닿을 무렵엔 선체가 심하게 흔들려서 슬랙라인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 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몇 걸음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죠.”
꿈같은 도전을 성공한 순간,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만이 가득했습니다. 기쁨에 찬 얀 루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움직이는 두 대상에 슬랙라인을 걸고 그 위를 걸으며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건, 기술적인 측면과 퍼포먼스적인 측면 모두에서 슬랙라인 스포츠의 경계를 넓힌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슬랙라인 위에서도 인간의 몸이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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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an Roose

Known for possessing nerves of steel, Estonian slackliner Jaan Roose is a three-time world champion and the holder of numerous world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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