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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으로 떠나는 Raw By Peppers의 이야기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앞둔 그들의 이야기
Culture Editor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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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누군가는 포스트 록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최근에 새로운 재즈 음악들이 생기는데, 그런 것들과 닮아있다고 느꼈다. 과거에는 인터플레이라던가 멤버들끼리 긴장을 주고 받는 것들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긴장이라는 게 합으로부터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앨범에 그대로 담겨있는 게 신기했다. 로바이페퍼스(Raw By Peppers)는 그만큼 매력 있는 밴드다. 그런 밴드가 곧 베를린으로 떠나 현지에서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8월 26일 상상마당에서의 마지막 콘서트 전, 이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Raw By Peppers

Raw By Peppers

© Raw By Peppers

베를린으로 가신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는데 당사자 분들께서 직접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진우: 당연히 기대가 많이 되고, 많이 설레고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지금은 그 정도예요. 가봐야 알 것 같아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안 좋을 것 같고.
이광민: 저 같은 경우는, 편하게 이야기 하자면 맨 처음에 멍 때리던 시기가 또 있었어요. 가는 것이 정해진 뒤에. 만나서 아무 이야기 안하고 각자 생각하다가 '어 가자' 이런 때도 있었고. 지금은 좀 빨리 가버렸으면 좋겠다, 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이게 시기가 있더라구요. 군대 가는 흐름처럼.
입대랑 비슷한 건가요?
이광민: 맞아요. 한 달 남겨 놨을 때 '아 놀아야 하는데' 하다가, 멍 때렸다가, 우울해졌다가 하는 것처럼. 지금은 살짝 평화를 되찾은 시기이긴 한데 책임감을 많이 느끼죠. 얼마 전에 클럽 공연을 했었는데 아쉬워해주시는 팬분들도 많고 이러다 보니까. 뭐랄까, 가서 더 잘해야 가는거에 있어 그분들한테 죄송했던 것들을 커버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책임감도 있고, 설레는 것도 있고. 여러가지 감정들이 있어요.
김가온: 저도 똑같아요. 가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되고. 밴드 하는 거는 여기서나 거기서나 똑같이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어쨌든 타지에 가서 완전히 새로운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셋이서 같이 살 거거든요. 집을 벌써 구해놨는데. 셋이 생활을 같이 하게 되면 새로운 문제도 생길 수 있고, 좋을 수도 있는데 서로 더 잘 맞춰야 하고 이런 부분이 걱정되고. 그런데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남들 못해보는 거, 인생에 한 번 친구들이랑 같이 나가서 마음대로 살아본다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베를린 가시기 이전에, 프리마베라 사운드 다녀오신 것도 유럽 가는데 있어서 역할을 어느 정도 했을 것 같아요. 프리마베라 가셔서 약간이라도 그런 확신이라던가 가능성을 보셨나요?
이광민: 그게 선택을 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는데, 사실 공연을 하기 직전까지도 '잘 하겠지',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끝나고 나서 각자 느꼈던 게 '아 여기서, 유럽이라는 무대에서 해야겠다'는 확신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끝나고 나서도 같이 다녔던 스텝들이 같이 감동하고 서로. '우리가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많이 얻었거든요.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먼저 사장님께서 제안을 해주셔서. '여기 와서 하는 게 너네한테 훨씬 좋겠다, 세 명이서 해보는 게 어떻겠냐'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사실 형체가 뚜렷하지 않았어요.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막연했었고. 다음을 기약하는 그런 미팅이었는데, 한국에 와서 계획들을 세우다 보니깐 구체화 되고 시기가 앞당겨지고 한시라도 빨리 가서 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을 해서.
이진우: 페스티벌 가서 다른 팀의 메인 무대 공연을 본 데에서 느낀 게 더 커진 것 같아요. 음악을 하는데 있어서도 꿈이 좀 커진 느낌? 작년에 지산 가서 저희가 여기 엄청 크다고,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거기가 지산의 한 5배 정도 되는 거 같았어요. 가서 스테이지에서 공연하고 사람들 열기를 보고 하면서 '아 저런 데서 공연하고 싶다' 이러고. 견문이 넓어졌죠.
김가온: 베를린 간다고 해서 우리 음악이 더 거기서 잘 먹히고, 거기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좋아해서 가는 것 보다 그런 환경에서 음악을 더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면 유럽 가시면서 막연하게나마 목표로 삼는 거라던지, 그래도 내가 이 정도는 하고 한국으로 와야겠다 이런 게 있으신가요?
이광민: 사실 어느 정도 만족하고 돌아올 생각은 없어서. 만약에 돌아오게 된다면 투어를, 월드투어를 잡을 수 있는 정도의 여건이 되고 1년 뒤에 그런 게 생기고, 거처를 정할 때 한국으로 다시 정할 수는 있겠지만 그 정도가 되지 않는다면 돌아올 생각은 일단 없고. 거기서 잘 해야죠. 본 고장에서.
김가온: 일단 클럽 공연부터 시작하는건데, 저의 작은 목표라면 페스티벌을 많이 나갈 수 있는 밴드가 되는거고. 유럽에는 페스티벌이 많으니까. 거기만 계속 나갈 수 있어도 괜찮은 밴드가 된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정도가 되면 어떤 기획사가 되던지 앨범 계약 같은 제의가 들어오면 해외에서 앨범을, 다음 앨범을 만들어서 그 앨범까지 낼 수 있는 정도가 되면 밴드 할만하지 않을까.
Raw By Peppers - Cosmos

Raw By Peppers - Cosmos

© Raw By Peppers

최근에 나왔던 정규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앨범을 쭉 들어보면 가사가 수록된 곡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곡도 있잖아요. 가사를 담는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의 기준이 있나요? 곡이 먼저 나온 다음에 가사를 붙이시는지.
이광민: 예를 들어서, “Eyedrop”이나 “Star of Soul” 같은 경우에는 이거는 '가사가 없어야지'라고 저희끼리 공통적으로 느낀 거예요.
김가온: 왔다갔다 해요. 가사를 제가 쓰다 보니깐 저는 속으로 쓸지 말지를 고민하고 이야기를 같이 하는데, 노래를 할지 말지 이야기 하는데 '할까?' 그랬다가 다음 합주를 해보고 곡이 더 발전되고 그러면 '가사 없어도 되겠는데?' 하다가 다시 '할까?' 하다가. 그러면서 왔다갔다 하다가 곡이 어느 정도 연주 형태로 완성이 되면 '가사 없어도 되겠다' 하고 우리들끼리 협의를 하고 '연주곡으로 마무리 짓자' 해서 작업 후반부에 연주곡으로 확정이 되면 마무리까지 진행이 된 거죠. 딱히 처음부터 연주곡을 쓰자 하고 만들지는 않고요.
이진우: 저희 곡들은 보컬이랑 가사 같은 게 하나의 연주로 같이 치는 느낌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이 붙이고 편곡하면서 만드는 이런 느낌인데.
김가온: 필요하면 하는 거고, 없어도 되겠다 싶으면 안 하게 되는 거고.
곡은 세 분이서 같이 만드시나요?
이광민: 합주 형식으로 해서, 사운드를 먼저 만들어 내고 가사가 들어오게 되면 조금씩 따로 구성을 해서 확정을 짓기도 해요. 나중에 가사를 붙일 수 있거나 멜로디를 붙이고. 연주곡이 된다면 조금 더 거기에 맞게 구성들을 더 다양하게 바꾸려고 노력하고. 합주하면서 계속 발전을 시켜나가는 방식으로 해요.
합주하는 과정에서 곡 자체의 사운드스케이프 라던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가나요?
이광민: 네, 맞아요. 처음에는 되게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했다가 그걸 합주할 때, 무한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요. 그래서 그걸 녹음해서 들어보고 이런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 하면 그런 부분을 따로 따와서 해보고. 그런 식으로 계속 발전하다가 정리를 하죠.
이진우: 작, 편곡을 약간 나누기 애매한 부분도 있어요. 저희는 작곡과 편곡을 동시에 해서.
정규 앨범이고 '코스모스'라는 이름이 있고, 정규 앨범을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전체적인 그림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같이 구상하셨나요?
김가온: 이번 앨범은 큰 틀이 있어서, 스토리 앨범이나 컨셉 앨범을 만들자. 앨범 하나가 통일성 있는 그런 앨범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스토리를 쓰면서 거기에 맞는 노래들이 나오기 시작했죠.
세 분이 서로 다른 음악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의 로바이페퍼스라는 색이나 세 분의 접점을 찾는데 오래 걸렸다고 알고 있어요. 단순히 오래 걸린 거 이상으로 서로 의견을 조율한다던지, 취향을 조절한다던지 하는 과정이 있었을텐데 쉽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요.
김가온: 지금도 쉽지 않아요. 그거는 끊이지 않을 것 같고요. 셋 다 성격도 많이 달라서 그냥 그것만 봐도. 앞으로 계속 싸워나가야 하는 문제고. 조율은 항상 생산적으로 하려고 하고 있어요. 부딪힐 수 있는데 그걸 어디까지 누가 양보하고, 드럼과 베이스가 싸운다 치면 여기서 드럼을 죽이고 베이스를 더 보여주는 부분으로 가자는 협의를 할 수 있어서. 전체적인 음악을 들었을 때 어떤 게 좋을지를 계속 조율하려고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합주를 하면서. 이런 과정은 계속 있을 것 같아요.
로바이페퍼스라는 밴드의 색깔이 어느 정도 이렇게 가자,라고 하기보다는 진행중인가요?
김가온: 네, 진행중입니다.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세 분은 그럼 요즘 어떤 곡 들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김가온: 저는 요새 힙합을 듣고 있습니다. 쇼미더머니를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웃음) 이번에 다이나믹 듀오 노래. 쇼미 좋아하다 보니까 예전에 들었던 건데, 콰지모토(Quasimoto) 집에서 쉬면서 들어요. 노래를 제대로 들을 때는 요즘 라디오헤드가 투어 풀 영상을 올리고 있잖아요. 라디오헤드가 해체한다는 설이 워낙 많았지만 요즘에 또 그런 소문이 심해서. 자기들이 '풀 영상 올리고 있으니까, 우리 이제 마지막이니까 보고 좀 배워라' 이런 느낌이라서. 영상 다 하나씩 차분히 보고 있거든요. 두 시간짜리 라이브를 보면, 그 사람들이 흐름을 가져가고 셋리스트도 디제이 수준으로 셋리스트를 짜더라고요. 사람들이 너무 놀기 좋게. 멘트도 거의 안하고 그냥 음악만 연주하는데 엄청 힘 있는 두 시간짜리 공연이 나와요. 그런거 보면서 저희 8월 26일에 단독공연이 있는데, 또 그거 셋리스트를 어떻게 할지, 저희 곡 수가 적긴 하지만, 있는 거 다해야 하는데 또 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 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그러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인터뷰 때도 많이 이야기 하셨지만 우주라는 키워드가 항상 따라다니는 편이예요. 이번 앨범도 그런 것들을 담고 있는데. 물론 틀을 정해놓고 곡을 쓰고 이런 것도 있지만, 약간의 스토리텔링도 있고.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세계관, 내러티브를 쌓고 이런데 있어서 시간이나 고민이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김가온: 스토리 하는 게 사실 부담스럽긴 했어요. 자칫 잘못하면 삼류 밴드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 밴드 중에 그런 밴드가 많이 있었나 잘 모르겠는데, 외국에서는 많이 하는 편이잖아요. 컨셉 잡고 스토리 있고. 다 엄청 큰 락밴드들이 시도를 한번씩 해봤던 걸로 알고 있어서 '우리가 그런 걸 해도 되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들이 안 해본 걸 한 번 해보자' 어렵게 결정을 했죠. 결정을 하고 나서 스토리를 잘 써보려고 했는데 솔직히 저는 스토리가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데, 그게 제가 아무래도 (부족해서). 저는 거의 소설 작가나 글을 쓰시는 분들 수준의, 말도 안 되는 스토리 그런 걸 써보고 싶었어요. 아예 정말 따로 책이 나올 수 있을 정도의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는데. 쓰다보니까 어떤 면에서 진부한 면도 있긴 한데, 그 안에서 기승전결을 그래도 잘 만들어 봐야겠다 해서 기승전결은 그래도 원하는 만큼은 나온 것 같아요. 너무 한 면에 치우지지 않고 여러 가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잘 들어간 것 같고. 스토리를 제가 쓰긴 했지만 '이 부분에서는 어떤 식으로 흘러가면 좋겠냐'고 같이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거든요. 여기에는 어떤 감정으로 노래 했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을 계속 공유해서. 그 기간도 상당히 길었던 것 같아요. 서로 생각 맞추고.
정규앨범 처음 작업한 시기는 언제부터예요?
이광민: 원래는 작년에 앨범을 내려고 했었어요. 11월이나 12월에 내려고 해서, 7월쯤에 구상을 하고 가닥을 잡았는데, 조금 더 욕심들이 생기고 좀 더 디테일 한 부분을 잘 만지고 싶어서 작업하고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죠.
세 분은 우주라는 거 자체를 좋아하시나요?
이광민: 과학을 잘 알고 이러지는 않아서, 막연한 그런 뭐랄까... 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항상 있긴 있는데, 표현할 수 있는 선에서 그런 것들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에 앨범을 내면서 많이 찾아보고, 영상을 통해서 알게 되고 또 작업을 하고.
김가온: 우주를 막 미친 듯이 사랑하고 이런 건 아닌데 어쨌든 뭔가 로망 정도? 남자라면 가지고 있는? 별 보면서.
이진우: 이론 과학 이런 쪽 말고 SF 이런 것들.
김가온: 영화도 SF영화를 좋아하고 이정도였는데, 작업하면서 제가 덕후처럼 찾아보는 걸 좋아해서 엄청 찾아보니까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어요.
우주라는 게 많이들 탐내는 소재고 특히나 공간감이라는 게 있다 보니깐 어떤 장르나 탐을 내는 소재인데, 그만큼 소재 자체가 위험부담이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김가온: 그래서 스토리를 더 잘 쓰고 싶었어요. 자칫 잘못했다간 식상할 수 있어서. 누구나 다 하는 그런 거일수도 있고. 저희가 제일 피하고 싶은 게 그런 거여서. 뻔한 거를 피하고 싶어서. 그거에 항상 고민하고 피하고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머리 썼던 것 같아요.
이광민: EP에서부터 이미 저희에게 우주 같은 수식어가 붙었는데 1집에서 완전 굳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많이 들었는데, 어차피 저희가 다음에 보여줄 것들 중에서는 바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제대로 된 우주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걸 표현하시면서 공간계 이펙터도 많이 쓰시고, 제가 로바이페퍼스 공연을 봤을 때 이펙터를 많이 쓰시더라구요. 상대적인 거지만 다른 밴드에 대해서 많이 쓰시는 것 같은데, 그거에 대해서 연구나 고민이 있으신가요?
이진우: 저는 별로 쓰는 게 없구요. 저는 악기 자체 이펙터는 하나밖에 없어서. 보컬 한 곡에서 그거 조절하는 거 하나만 있고 얘(김가온)가 많아요.
김가온: 딱히 '많이 써야지' 이런 것 보다 제가 기타다 보니까. 베이스랑 드럼은 그래도 음악의 핵심을 잡는 악기들이고 기타는 특히나 저희 음악에서 바깥을 채우고 있는데 그 색깔을 제가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펙팅에 대해서 항상 고민이 되게 많아요. 아무래도 3인조다 보니까 제가 그걸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앞으로도 이펙터는 돈만 있으면 악기 사고 싶은 건 너무나 많고.
이광민: 12색깔 크레파스 있으면 24색깔 크레파스 또 있어야 하고.
김가온: 끝이 없어서, 이펙터만 3미터정도 깔아놓고 하고 싶어요. 우주선 기판 만지는 것처럼 발로 다다다다... (웃음) 항상 하는 고민이라. 저만 또 특별히 하는 고민은 아닌 것 같아요. 다른 밴드 기타리스트들도 워낙 디스토션 하나만 걸고 하는 음악의 진행은 끝났다고 봐서. 자기만의 색깔을 더 만들기 위해서는 이펙터 연구는 끝이 없는 거 아닐까.
이번 앨범은 한 트랙 정도 더빙이 있고 나머지는 다 원테이크로 하신 걸로 아는데, 전에도 로바이페퍼스는 항상 합이 잘 맞는 밴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자신이 있었기에 그러셨던 건지.
이광민: 일단은 연습량에 자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합주를 많이 하고 그래서. 그 장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원테이크를 하는 게 당연하게 진행이 됐었고. 합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원테이크로 간 것 같아요.
김가온: 저는 좀 다르게 느끼는 게 합은 당연히 좋아야 해요. 밴드가 합이 좋네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거 아닌가. 밴드는 당연히 연습을 많이 해야 되고, 연주를 같이 할거면 당연히 합이 잘 맞아야 하는데. 묘하게 저희는 그만큼 연습을 많이 했는지 모르겠는데 합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원테이크는 합이 좋아서가 당연히 있기도 하지만, 원테이크가 아니면 (이)광민이가 드럼을 먼저 쳐놓고 그 위에 저희가 듣고 입히는건데, 그것보다 세 명이 동시에 연주를 하면서 녹음하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물론 합주도 중요하지만 좀 더 라이브의 느낌과 현장의 에너지를 더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원테이크 녹음을 했어요.
이진우: 저는 좀 그런 거 믿는데, 연주할 때 느껴지는 대화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광민이가 말했던 합에서도 차이가 있어서. 연주가 다 끝나고 나서 저희가 대화가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그 지점을 찾는 거죠.
이광민: 똑같이 녹음을 해도 그게 안 느껴지면 '한 번 더 해보자'가 되거든요. 될 때까지. 약간 재즈의 방식인 거 같고.
김가온: 저희가 연주를 많이 다르게 한 건 아닌데, 정해져 있는 포맷이 있고 거기에 똑같이 합을 맞추는건데, 그 안에 에너지가 재즈처럼 가는 때가 있어서, 거기서 제일 좋은 점을 찾아내서 쓰는 거죠.
로바이페퍼스 공연을 보면 많은 분들이 쓰시는 단어가 '대담하다'입니다. 대담하다는 말 자체가 어떻게 보면 밴드한테는 당연한 걸수도 있는데요. 대담함이라는 게 앨범보다는 라이브에서 좀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은데 동의하시는 편인가요?
김가온: 합주를 하면서 나오는 게 아닐까. 당연히 조금씩 틀리고 약간 엇나갈 때도 있고 아니면 딱 맞아떨어질 때도 있고 그런데, 그걸 뭐... 사실 음악이 조금 틀린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될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고 어쨌든 우리는 하나로 가고 있다고 믿어서. 세 명이 다 과감하게 플레이 할 수 있고 기분 좋을 때는 더 많은 걸 치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누구 하나 얽매여 있지 않아 보이니깐 그래서 대담하다고 하지 않을까.
이광민: 다른 쪽의 대담함은, 저희가 많이 안 쓰는 리듬이나 박자, 7박이든 11박이든 이런 부분이 있는 부분에서 대담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저희는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을 하고, 그런 부분이 공연에서 또 와닿으시다면 대담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가온: 악기를 테크닉 중심으로 쓰는 게 아니고. 제 기타 스승님이 계신데, 그 스승님이 완전 재즈 기타리스트인데 저희 첫 EP가 나왔을 때 '네 기타가 대담하다'는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그때 약간 뉘앙스가 테크닉에 있어 연주를 확실히 보여주고 그런 것보다 나름대로 소리를 자유자재로 내고 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베이스도 그때 그랬거든요. 베이스도 되게 통통 튀는 소리를 내는 느낌이어서. 연주를 엄청 미친듯이 하는 것보다, 소리를 자유자재로 내는. 그런 면이 대담하지 않을까.
이진우: 시대가 변하고 음악이 계속 발전해야 하는 거고, 대담하다는 말이 좀 웃긴 것 같아요. 도전하고 그래야 하는데. 저희가 그런 거에 대해서 귀를 세우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저희처럼 계속 새로운 음악을 하려는 생각으로 음악을 만들면 발전하지 않을까요.
김가온: 사실 저희가 이 부분이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왜 대담하다고 할까. 이래서지 않을까.
요새는 2인조 밴드가 있기도 하지만, 3인조 밴드잖아요. 구성이 최소한의 구성으로 되어있는데 소리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 같은 게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김가온: 초반에 저희 EP도 나오기 전에는 합주하는 거 때문에 제가 엄청 부담이었어요. 이 세 악기로 밴드가 너무 뻔한 거 밖에 안 나올까봐.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까 하고 이펙터 연구도 해보고. 그 때 제가 앰프를 두 개 쓰게 된 거예요. 두 개 연결해서 나름 스테레오 사운드를 내야겠다, 기타가 한 대 밖에 없으니까. 그런 연구가 계속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마찬가지고. 한계가 조금 있긴 해서, 머릿수가 부족하다는 게. 손이 여섯개 밖에 없다는 게.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다음 앨범은 또 어떤 재미있는 사운드로 할지는.
어떻게 보면 리듬 파트가 두 분이시고 베이스의 포지션도 곡마다 조금씩 다르잖아요 특이하다고 느꼈는데 어떻게 보면 고민도 많으실 거 같은데.
김가온: 그런 말을 많이 했어요. 뭘 쳐야 될 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아까 그 말 했던 세 명 성격 다른 거에서 나오는 건데. 제가 아이디어를 던지면 본인은 그래도 뭐라도 치는 스타일이긴 해요. 고집을 부리더라도 어쨌든 일단 쳐보고 보는 스타일이라서 막 던져보는데. 뭔가 좀 묘한게 나오다 보면은 베이스가 고민을 많이 하더라구요.
이진우: 거기서 치면은 흔한 게 나와요.
이광민: 제가 봤을 땐 역할이 두 개가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리듬 파트에서 해주는 기본적인 것도 해줘야 하고, 만약에 멜로디를 해야 하면 멜로디 역할도 해야 하고. 그게 왔다갔다 해서.
이진우: 그런 게 있긴 했죠. 먼저 베이스 라인이 나와서 하는 게 아니라 치는 걸 들으면서 여기에 뭔가 입히려고 하는데 다 뻔한 게 나오는 느낌이라서. 그런 부분들이 자꾸 보이죠. 그게 참 재밌는거죠. 새로운 게 나올 구간이니깐.
Raw By Peppers - Spaceship Out Of Bones

Raw By Peppers - Spaceship Out Of Bones

© Raw By Peppers

앨범을 비주얼로 구현하는데 있어서 스피노(Spino)라는 분 라는 분과 함께 하고 계신데, 스피노에 관한 소개를 들을 수 있을까요.
이광민: 스피노는 거의 제 4의 멤버라고 하죠. 이번 앨범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같이 구상하고 공유하면서 보여지는 것들에 대해서 많이 말하고.
김가온: [Spaceship Out Of Bones] EP 때 처음 만나서, EP 때 이분(크래프트앤준 이승준)이 '스피노라는 친구랑 작업을 해보면 어떠냐'라고 해서 이 자리(1984 카페)에서 만났어요. 그래서 우리 이야기를 하고 EP 커버를 그려주고, 정규도 우리 계속 같이 해보자 해서 정규 초반부터 스피노하고 이야기를 계속 같이 했어요. 스토리 앨범을 만들거고, 이런 스토리 될 거고, 여기서는 무슨 아이디어가 이렇게 나와서... 그 친구가 앨범이 진행되는 걸 옆에서 다 지켜보면서 '그러면 자기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겠다' 이런 걸 아이디어를 계속 공유했어요. 이번에 스페인도 같이 갔다 왔어요. 가서 같이 놀고. 그림 잘 그리는 친구입니다.
이승준(크래프트앤준): 영감이 되게 남다른 것 같아요. 특히 세계관을 구축하는 능력이 남달라서, 디테일도 그렇고. 로바이페퍼스가 뭉뚱그려서 이야기 하는 걸 아주 디테일하고 소소하게까지 세계관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일하면서 느꼈어요.
김가온: 스토리 이야기 하면서 재밌었던게, 어쨌든 큰 틀 밖에 못 주는데 그 안에서 걔가 생각하는 더 많은 것들이 있고, 엄청 재밌어하고 이래서... 잘 맞았어요.
이진우: 할 말 많지 뭐. 끝도 없어요. 걔도 우리한테 고맙다고 하고 우리도 걔한테 고맙다고 하고.
비주얼로 나오는 결과들을 보면 음악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빨리 되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아무래도 스피노 분과 합이 잘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라이브 하실 때도 브이제잉이나 시각적으로 구현하는데 욕심이 많으실 것 같아요.
이광민: 네, 맞아요. 하고 싶은 건 엄청 많은데, 돈도 많이 들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만약 큰 밴드로서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면 더 많이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점은 저희도 아쉬워요.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았는데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없어서 아쉬운 부분들이 많죠.
질문은 다 끝났고요. 혹시 금의환향 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이광민: 언젠간 돌아올거지만 엄청 큰 사람이 되어서 돌아오겠습니다. 좋은 일로 돌아와야지.
김가온: 어쨌든, 거창한 걸 하러 가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무슨 한국의 대표로 가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시도를 하는 밴드가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먹힐 거라고 생각하고 가는 건 절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저희 세 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여행을 떠나는 건데. 거기서 뭘 얻을지는 모르지만 무언가 찾아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이광민: 이제 진우 형이 엄청난 한마디 해주실 거에요.
이진우: 부담 주지 마라. (웃음) 저희와 저희 팬 분들, 응원해 주시는 분들 같이 자기 일 열심히 해서 각자 성공해서 나중에 기분 좋게 다시 재회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