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s
10분 만에 읽는 ‘문명’의 역사
“문명하셨습니다”로 유명한 그 게임
‘시드 마이어의 문명’(Sid Meier's Civilization·이하 문명) 시리즈는 코에이(Koei)의 삼국지, 대항해시대 시리즈와 더불어 한국 게이머에게 큰 인상을 남긴 역사 게임입니다. 문명은 많은 게이머가 세계사에 관심을 두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문명은 교육적인 요소가 있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게임으로는 약간 부적절합니다. 문명에는 ‘악마적인 중독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명 시리즈 때문에 직장인들은 잠을 설치고, 한 프로게이머는 대회 참가 신청을 놓쳤습니다. 2010년에는 “문명하셨습니다”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1991년부터 2021년까지 약 30년간 수많은 게이머의 밤잠을 설치게 한 문명의 역사를 되돌아보겠습니다.
● 문명 (1991)
1982년 게임 디자이너 시드 마이어(Sid Meier)는 전직 공군 조종사이었던 빌 스텔리(Bill Stealey)와 함께 게임 개발사 마이크로프로즈(MicroProse)를 세웁니다. 초기의 마이크로프로즈는 주로 비행 시뮬레이션을 만들었습니다. 빌 스텔리가 게임을 기획했고, 시드 마이어가 프로그래밍하는 식이었습니다.
1987년, 시드 마이어의 해적! 이 출시합니다. 시드 마이어의 이름을 타이틀에 붙인 첫 게임이었습니다. 16, 17, 18세기의 해적의 삶을 시뮬레이션한 게임입니다. (시드 마이어의 해적! 은 코에이의 대항해시대에 영향을 줬다고 알려졌습니다) 이후 마이크로프로즈는 레일로드 타이쿤, 엑스컴 등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듭니다.
1991년 9월, MS-DOS용 게임인 문명이 출시됩니다. 사용자는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어 도시 개발, 탐사, 정부, 무역, 군사 등 다양한 영역을 제어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원전부터 약 5000년에 걸쳐서 인류의 전체 문명을 이끌어 갑니다. 이는 문명 6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기본적인 틀이 됐습니다.
문명의 매력은 자신의 문명을 조금씩 확장하는 데 있습니다. 문명은 윌 라이트의 ‘심시티’(1989)의 건설과 ‘시드마이어의 레일로드 타이쿤’(1990)의 경영적인 요소가 더해진 느낌이었습니다. 문명은 eXplore(탐험), eXpand(확장), eXploit(개발) and eXterminate(섬멸)로 대표되는 4X 장르의 시초격 게임으로 꼽힙니다.
문명은 비평적·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둡니다. 문명은 약 150만 장이 전 세계에 판매됐습니다.
● 문명 II (1996)
시드 마이어의 문명 2가 1996년 2월에 출시됐습니다. 문명 2는 전작과 꽤 유사했지만, 유닛· 문명·세계 불가사의 등 일부 변경 사항이 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마이크로프로즈에서 개발하고 출시했습니다.
문명2는 특히 기존 DOS에서 윈도우즈 3.1 버전으로 만들어지면서 많은 변경 점이 생겼습니다. 그래픽이 향상됐으며, 동영상이 삽입되기도 했습니다. 저장매체도 CD-ROM으로 바뀌었습니다.
기본 그래픽은 탑 뷰에서 쿼터 뷰로 바뀌었고, AI는 이전 버전보다 훨씬 개선됐습니다. 문명 2는 쌍용에서 한국어화를 해서 정식 출시됐습니다. 문명 2는 특히 비평적인 성공을 거둬 많은 게임 매체들은 문명2를 가장 역사적인 시뮬레이션 작품으로 꼽았습니다. 전투, 외교, 무역 시스템이 사실상 완성된 작품으로 언급됩니다. 문명2는 2001년까지 약 300만 장 가까이 팔렸습니다.
2012년 6월, 한 레딧(Reddit) 사용자는 문명2를 10년 가까이 플레이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는 2002년부터 문명 2를 플레이했습니다. 2012년. 그는 문명 2에서 서기 3991년을 맞이했는데, 세상은 끝없는 전쟁과 기아로 허덕이고 있습니다. 남은 문명은 켈트, 바이킹, 미국뿐이었습니다. 나머지 약소국들은 위 세 개의 강대국에 흡수됐습니다. 레딧 사용자는 세계를 재건하고 싶다면서 레딧에 세이브 파일을 올렸습니다. 그 레딧 사용자는 지금도 문명을 플레이하고 있을까요?
● 문명 III (2001)
2001년 10월, 문명 3가 출시됩니다. 이 작품은 시드 마이어가 아닌, 제프 브릭스(Jeff Briggs)와 소렌 존슨(Soren Johnson)이 개발했습니다. 1996년 마이크로프로즈의 핵심 구성원이었던 시드 마이어, 제프 브릭스는 회사를 떠나 파이락시스 게임을 설립합니다. 문명 3은 마이크로프로즈가 아닌 파이락시스 게임즈에서 처음 개발한 문명 시리즈입니다. 당시 문명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던 인포그램스(현 아타리)가 배급을 했습니다.
문명 3은 전작과 달리 ‘문화’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한 문명의 문화가 확장되면 인접 도시는 자연스럽게 아군의 타일에 흡수되는 개념입니다. 타 국가의 도시가 내 문명에 흡수되면 그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죠.
문명 3은 문명을 거의 완성했다는 평가를 듣는 작품입니다. 2002년 많은 게임 매체는 문명 3을 그해의 최고의 게임으로 꼽았습니다. 2002년에는 플레이 더 월드, 2003년에는 컨퀘스트 확장팩이 각각 출시됐습니다.
● 문명 IV (2005)
2005년 출시된 문명 4는 최고의 문명 시리즈를 뽑을 때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대부분 문명 시리즈가 다 걸작으로 뽑히긴 합니다만.)
문명 4는 파이락시스 게임이 2K 게임즈에게 인수된 해에 출시된 게임입니다. 2004년 2K 게임즈는 문명 프랜차이즈를 2230만 달러(약 260억 원)에 샀습니다. 이듬해, 2K는 파이락시스를 약 2670만 달러(약 311억 원)에 인수합니다. 문명 4의 개발자는 소렌 존슨이었습니다.
문명 4는 문명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불교, 기독교, 힌두교, 유교, 이슬람 등 종교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문명 시리즈를 대표하는 음악인 바바 예투가 오프닝 곡으로 쓰인 작품입니다.
문명 4는 대한민국에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부 사용자들이 한국어 패치를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총 2개의 확장팩이 나왔습니다. 2006년에는 문명 4: 워로드가, 2007년 7월에는 문명: 비욘드 더 소드가 출시됐습니다.
● 문명 V (2010)
2010년 9월, 문명 5가 나옵니다. 문명 5에서는 공식 한국어화가 되어서 많은 한국 게이머가 문명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문명 5는 기존 정사각형 타일 대신 육각형의 타일을 택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엔진을 도입했기 때문에 그래픽은 대폭 향상됐습니다. 기존 문명 시리즈는 꽤 시스템이 복잡했는데 문명 5에서는 게임 시스템이 단순해졌습니다.
기존 문명 시리즈는 한국 게이머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매니악한 느낌이 있었죠. 2010년은 문명 시리즈가 한국에서 더 대중화된 해입니다. 평화주의자 간디가 “옥수수를 내놓지 않으면 유혈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라고 말한 게임의 스크린샷이 인터넷 밈(Meme)이 됐습니다.
문명 5는 ‘미칠듯한 중독성’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문명하셨습니다”는 2010년 게임계를 대표하는 유행어가 됐습니다. 심지어 한 프로게이머가 문명을 하다가 대회 신청을 놓치는 해프닝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 프로게이머는 ‘레니아워’ 그리고 ‘머법관’이라는 별명으로 하스스톤에서 이름을 날리게 됩니다.)
2011년 8월에는 DLC로 한국 문명이 추가됐습니다. 지도자는 세종대왕입니다. 묘한 더빙으로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2012년 신과 왕, 2013년 멋진 신세계 확장팩이 각각 출시됐습니다.
● 문명 VI (2016)
문명 시리즈의 25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인 문명 6은 2016년 10월 21일 발매했습니다.
문명 5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속편입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그래픽입니다. 실사에 가까웠던 그래픽은 약간 만화풍으로 바뀌었습니다. 사회 정책 테크트리도 추가됐습니다.
문명 6은 문명 특유의 33/33/33 규칙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게임의 33%는 기존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고, 33%는 이전 게임보다 개선된 시스템을 포함해야 합니다. 나머지 33%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이 시스템은 문명 4부터 도입됐습니다.
문명 6 출시 초반에는 잦은 버그와 낮은 게임 볼륨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업데이트와 확장팩을 통해 평가는 꽤 좋아졌습니다. 흥망성쇠(2017), 몰려드는 폭풍(2018) 확장팩이 출시됐습니다.
또한, iOS·안드로이드·닌텐도 스위치 등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한 첫 문명 시리즈입니다.
레드불 ‘GAME OF THE MONTH’는 놓치면 안 되는 인기 게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 달에 한 번 소개합니다.